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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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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가와 그의 대표적 책이니 많은 사람이 읽었을 것이며 각자가 느끼고 감명받은 것은 모두 다를 것이며 교과서적인 교훈의 내용도 있을 것이다.

내가 느낀 것은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고난의 시기를 겪으며 성장을 할 것이다. 이때 그 고난에 꺽이지 않고 피하지 않으며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결 방법을 찾고 노력하고 그 고난과 역경이 지나갔을 때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있을 수 있다

 

책 데미안 소개

 

1. 개요

독일 출신인 스위스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인 장편소설.

 

1919년 이 책은 처음에는 헤르만 헤세의 본명이 아닌 이야기의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의 명의로 발표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미안이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자 사람들은 이 무명의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해했고, 문체로 인해 이것이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1920년 재판부터는 본인의 명의로 발간하였다.

 

마흔두 살의 헤르만 헤세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상태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집필한 자서전격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중반 이후 싱클레어가 조로아스터교나 영지주의 등 고대 종교나 신비주의에 심취하고, 현실과 꿈을 오가거나 예지몽에 빠지는 경험 등은 당시 헤세의 정신 치료를 담당했던 카를 구스타프 융의 경험과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방황은 곧 헤세 자신의 방황을 되돌이켜 보는 반성적인 시각이었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구현된 존재가 바로 '막스 데미안'이었다. 그래서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허무함과 피폐함의 나락에 빠져 있던 독일의 젊은이들 가운데에서는 더더욱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고, 그들의 삶에 더없는 의지가 되어주었다.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전사자 유품 가운데 성경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책이 데미안이었다고 한다.[2]

 

많은 부분에서 《수레바퀴 밑에서》에서 본격화된 정신적 방황과 현실에서의 좌절이라는 동일한 문제의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서 주인공의 성장과 깨달음을 이끄는 이상적인 영적 동반자를 만남으로써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는 점에서 헤르만 헤세의 이후의 작품들에 담겨지는 사상을 예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데미안을 발간하기 전까지 헤세는 제1차 세계 대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예술가가 전의를 고취하기 위한 혁명주의적 작품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회의감이 든 것. 그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매국노, 배신자 등의 오명을 받아 힘든 상태였지만, 데미안 발간 후 재차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그는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미안에 대한 영지주의적 해석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에게 알은 세계다>로 시작되는 문구는 데미안을 논할때 항상 인용된다.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혹자는 데미안을 소설이 아니라 철학서로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2. 데미안 등장인물

 

· 에밀 싱클레어(Emil Sinclair)

소설의 주인공이자 서술자. 부르주아 집안에서 자랐다. 음악과 자연물을 좋아하는 밝고 착한 어린 아이 시절에도 세계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느꼈고, 이 '악한 세계'에서 두려움과 동시에 매력을 보는 등, 마냥 평범하지는 않았고 동류의 사람인 데미안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프란츠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어느 날 전학생 막스 데미안에 의해 구조되는 것을 시작으로, 어른이 될 때까지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 부인, 음악가 피스토리우스에게서 많은 도움을 얻는다. 사춘기의 고민에 빠지며 여러 차례 어두운 세계에 발을 디디지만 그때마다 데미안에 의해 건져올려지고, 정신적인 성숙을 이룬다.

· 막스 데미안(Max Demian)

전학생이며 싱클레어의 친구.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성격에 갈색 머리와 붉은 입술,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중성적인 외모를 하고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것들을 알고 있고, 싱클레어가 고뇌할 때마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를 구해준다.

 

데미안은 이 작품에서 싱클레어의 '다에몬(daemon)', 즉 수호신에 해당하는 캐릭터이며 데미안이라는 성은 이를 은유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간혹 'daemon'이라고 해서 악마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리스 신화의 다에몬은 극의 주인공을 이끌어주는 길잡이 신이지 악마 따위가 아니다.

 

여담으로 서브컬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데미안에 영향을 받았거나 모티브가 된 캐릭터가 많은데, 원작처럼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역할일 때도 있지만 신비주의적인 특징을 극대화해 흑막인 경우도 있다.

 

주인공의 일상에 홀연히 나타나는, 비밀을 가졌거나 흑막인 미소년 혹은 전학생 캐릭터의 원조 격.

· 프란츠 크로머(Franz Kromer)

양복점집 아들로 초등학교 5학년. 마을에서 소문난 불량배이다. 걸핏하면 10살의 싱클레어를 어두운 세계로 이끈다. 싱클레어의 거짓말을 이용하여 그를 궁지로 빠뜨렸고 싱클레어는 당시 어렸지만 엄청난 공포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막스 데미안이 그의 악행을 파악하여 조치를 취하자마자 싱클레어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어린 시절 싱클레어에게 있어서는 악마와 동일시되는 인물.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이었던 크로머에 대한 언급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결말부 데미안이 사라지기 전 싱클레어에게 프란츠 크로머가 기억나냐고 물어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알폰스 베크(Alfons Beck)

도시의 김나지움에서 만난 싱클레어의 기숙사 친구. 싱클레어가 술이나 밤거리 등의 좋지 않은 길로 빠져들게 했다. 괴짜 취급을 당했던 싱클레어는 베크와 만난 이후 신랄한 말솜씨로 인기를 끌지만, 항상 고독을 느끼고 스스로의 비행에 괴로워했다.

· 피스토리우스(Pistorius)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이자 감독 목사. 원래는 정식으로 목사가 되기 위한 신학생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신비주의에 빠져 그만두었다. 싱클레어는 우연한 기회에 그를 만나 친구가 되고 아브락사스에 대한 것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보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싱클레어가 '당신은 고리타분하다'라고 피스토리우스 내면의 약점을 찌르는 팩폭을 하면서 두 사람은 결별한다.

 

피스토리우스의 꿈은 새로운 종교를 만들고 그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으나, 과거의 종교들과 사상들을 탐닉하는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것. 싱클레어는 매우 마음 아파했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알았다.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자아를 성찰하고 성장할 기회를 주었으나 그 이상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 크나우어(Knauer)

싱클레어가 다니던 김나지움의 동급생. 고민이 풀리지 않아 자살하려던 그는, 자신이 있던 곳에 싱클레어가 나타나자[3] 그의 추종자가 된다. 크나우어에게 싱클레어는, 싱클레어 시점의 데미안과 비슷한 신비롭고 어른스러운 인물이었고, 크나우어는 고민이 있을 때면 싱클레어를 찾아온다. 흥미롭게도 그럴 때마다 싱클레어 또한 마침 자신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필요로 하던 참이었고, 크나우어가 매료되어 있는 미신들과 크나우어의 존재는 싱클레어에게도 나름대로 도움을 준다. 그러나 크나우어는 어느새 싱클레어의 인생에서 사라지고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 에바 부인(Frau Eva)

막스 데미안의 어머니이자 과부. 데미안이 중성적으로 생긴 것처럼 에바 부인 또한 외모에 남성적인 요소가 있으며, 부유하며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이다. 싱클레어가 찾던 이상적인 여인상. 싱클레어의 꿈속에서 여신과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싱클레어는 곧 그녀를 두 가지 면에서 사랑하게 되나, 그녀의 인도에 따라 어머니로서 헤어진다.

 

3. 줄거리

싱클레어는 신실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악을 매혹적으로 생각하던 소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으스대고 싶었던 그는 자신이 도둑질을 해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프란츠 크로머에게 약점을 잡히게 되어 협박당하는 신세가 된다. 계속되는 프란츠 크로머의 괴롭힘에 괴로워하며 부모님에게 말할까, 멀리 숨어버릴까 등 많은 고민을 한다. 이때 라틴어 학교에 전학 온 데미안은 이런 것을 눈치채고 크로머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해주게 된다.

 

시간이 흘러 학업 문제 때문에 싱클레어는 다른 곳으로 공부하러 가게 되고, 그로 인해 데미안과 헤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싱클레어는 어떤 여성을 우연히 보게 되고 그녀를 그림으로 그려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인다. 베아트리체에 대해 숭배를 하던 그는 남이 만들어준 성스러움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성스러움에 대해 만족한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아브락사스에 대해 알게 되고 다시 혼란을 겪게 된다. 방황하던 그는 교회 근처에서 몰래 연주를 엿듣기를 반복하다가 오르가니스트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고 그는 기꺼이 싱클레어의 멘토가 되어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성직자의 아들로서 한계를 가진 피스토리우스와 싱클레어는 결국 결별했다. 그리고 대학을 가기 전 싱클레어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돌아온 고향에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난다. 싱클레어는 에바 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에게 의지를 한다. 어느 날 불길한 징조를 느끼게 되는데 얼마 있지 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게 된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각각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데, 전쟁 도중 싱클레어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라고 말하고는 사라진다.

 

3.1. 두 개의 세계

작은 마을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는 10살 에밀 싱클레어는 신앙심이 깊고 깨끗하며 부드럽고 밝은 가정에서 자라는 평범한 소년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밝은 세계 외에도, 하녀나 장인들을 통해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가 있는 어두운 세계가 아주 가까이 있음을 알고 내면적인 대립을 느낀다.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라는 일진 급우에게 돈을 뜯기고[4] 괴롭힘을 당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크로머는 흡사 직공들 같이 어른스러웠는데 다크 포스가 풀풀 풍기는 아이.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돈을 뜯기면서 가족의 돈을 훔치고 가짜 돈을 가져가는 등의 편법을 쓰며 자기도 모르게 어두운 세계에 빠져든다.

 

3.2. 카인

그러던 도중, 반에 성숙해 보이는 전학생이 온다. '막스 데미안'이라는 어른스러운 그는 싱클레어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았고, 데미안도 그런 싱클레어와 친하게 지내려고 접근해온다. 그는 처음부터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 나오는 이마의 표적에 대해 이야기하며 싱클레어를 어지럽게 만든다.

 

"아벨을 죽인 카인이 이마의 표적을 받은 것은 그가 강자이기 때문에 신에게 보상을 받은 것"이라는 그의 말은 여태까지 알고 있던 상식에서 벗어났고, 좋든 싫든 그럴 듯한 거짓말을 속시원하게 하는 그를 점점 마음에 들어 한다. 하지만 그 뒤로 싱클레어는 계속되는 악몽에 빠지면서도 여전히 크로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날에 괴로워했으며, 부모님으로부터 걱정을 산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고민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그에게 크로머에게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크로머의 기척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데미안은 그저 크로머와 한 차례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대단한 위력에 감탄한 싱클레어는 자신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며 가족에게 자신의 악행을 고백하고 용서받는다. 요컨대 돌아온 탕아. 그리고 그는 데미안을 까맣게 잊고 만다. 그는 이 밝은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3.3.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죄인)

수년이 지나,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다시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데미안은 의젓했지만 선생님에게 아부하지 않고 오히려 맞서려 했기 때문에 급우들과도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싱클레어는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에게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느끼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또 수년이 지나 견진례를 받을 때 즈음에 데미안과 친해지게 되는데, 견진수업 중 카인의 표적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의 관련성을 또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데미안은 수업 때마다 점점 싱클레어의 자리에 가까이 가고, 결국 바로 앞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가 싱클레어 앞에 앉은 이유와 더불어 주변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싱클레어는 자신의 신앙심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깨닫고 고뇌에 빠진다. 데미안은 수업 때마다 배운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싱클레어를 더욱 혼란에 빠뜨렸고, 데미안은 자신의 말을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그에게 진실은 나중에 깨달을 것이라는 말만 한다. 어쨌든 싱클레어는 그의 사상에 점점 젖어가던 차, 그렇게 언변이 좋고 호의적이던 모습과는 또다른 차갑고 죽은 듯한 모습의 데미안을 보고 전에 없던 거리감에 고독을 느낀다. 견진례가 끝나자 싱클레어의 일상도 목석 같은 데미안의 모습처럼 뒤틀리고, 방학이 되자 답답함에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즈음 데미안은 나름대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만다.

 

3.4. 베아트리체

방학이 끝나고, 고향과는 떨어진 도시의 김나지움에 전학을 간 싱클레어는 선량하고 예민한 아이에서 무감각하고 시크한 소년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일상에서 고독을 느끼며 인생무상을 탐닉하던 싱클레어에게 유일한 낙은 알폰스 베크라는 기숙사 친구를 만날 때였는데, 싱클레어보다 연상인 그는 툭하면 술을 권하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알폰스 베크는 어른 세상의 이야기를 많이 했고, 싱클레어는 점점 호기심에 빠졌다.

술에 점점 취해가던 싱클레어는 문득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고, 그 순간 자신에게 펼쳐져 있던 밝은 세계를 자신의 발로 짓밟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자책감에 휩싸여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미 어두운 세상의 한복판에서 떠받들어지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무척 두려웠던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싱클레어는 이미 김나지움에서 퇴학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무엇보다 간간히 생각난 데미안에게 편지를 써도 답장이 오지 않자 그에게 증오감마저 품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사감의 경고장을 받고 아버지가 찾아온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화가 난 아버지에게 오히려 대들었고,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온 싱클레어는 시들시들한 모습으로 가족을 놀라게 한다. 밝은 세상으로 돌아온 싱클레어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데미안을 찾아가보지도 않은 채 겨울을 보냈다.

 

다음 해, 싱클레어는 다시 도시로 나가 봄을 맞이하던 중 알폰스 베크와 첫만남이 있었던 공원에서 어느 소녀를 만난다. 그는 그녀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이며 남몰래 짝사랑을 하기 시작했고, 술과 어두운 거리에서는 벗어났지만 반대로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은 광적인 감정이 되어갔다.

 

싱클레어는 그녀와 단 한 마디도 말을 섞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구원받았으며, 그 사랑은 온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었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매일 그녀를 생각하며 가장 이상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버릇을 들기 시작했는데... 문득 그림을 본 그는 기겁한다. 그 얼굴은 바로 데미안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노발리스의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초상화 밑에 특히 감동한 구문을 적어 넣는다. "운명과 감정은 한 개의 개념에 대한 다른 이름이다(Schicksal und Gemüt sind Namen eines Begriffs)."

 

데미안에 대한 동경심이 다시금 피어오르던 싱클레어는 술과 가까웠던 과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린다. 어느 방학 기간에 고향에 돌아와, 술집에 드나들던 싱클레어는 우연히 데미안을 마주쳤던 적이 있었다. 그는 싱클레어가 두려워하는 과거 이야기 대신 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그가 술을 왜 마시는지를 돌이켜보라는 식의 충고를 했고, 싱클레어는 더 화가 났었다.

 

현재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데미안의 말을 상기해 본 싱클레어는 자신의 굴욕적인 과거의 추억을 모두 들추어내며 그 말의 진위를 깨닫는다. 그리고 간밤에 뒤죽박죽 얽힌 기억들과 함께 데미안이 싱클레어네 집의 해묵은 문장을 언급했던 사건에 대한 꿈을 꾸게 된 싱클레어는 잠에서 깨자마자 그 문장을 더듬어 그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큰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생생한 매와 같았다. 그는 이 그림을 데미안에게 부쳤다.

 

이런 사건을 겪은 싱클레어는 다시 모범생이 되었고, 김나지움을 무사히 졸업했다. 베아트리체도 어느새 데미안의 그늘에 가려 싱클레어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3.5.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데미안의 답장은 의외의 타이밍에 온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싱클레어는 수업 쉬는 시간에 자신의 자리에서 종이 쪽지를 발견한다. 싱클레어가 자신이 그린 새에 대한 생각을 채 지우지 않았을 때였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싱클레어는 이 쪽지가 데미안의 회답임을 직감하고, 아브락사스가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답을 수업시간 도중에 알게 된다. 수업 내용 중에서 특히 그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던 부분은 바로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의 결합하는 신과 같은 아브락사스'.

 

이 아브락사스가 자신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갈구하던 싱클레어는 어느 날 꿈에서 낯선 여인의 환상을 보게 된다. 그것은 어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그렇다고 데미안도 아니었지만 키가 크고 힘이 세었으며, 또한 여성적인 사람이었다. 싱클레어는 그녀의 포옹을 받고 희열을 느끼는 반면 이것을 아브락사스와 결부시키기 시작한다.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된 싱클레어는 졸업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 갈림길에 놓인 상황에서 싱클레어는 또다시 데미안, 문장의 새와 아브락사스, 꿈속의 여인이라는 여러가지 망상에 사로잡힌다. 특히 자신의 애인을 갈구하던 그는 날마다 상상 속의 그녀를 생각하며 배회하던 중, 교외의 조그마한 교회에서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듣는다. 교회 문은 잠겨 있어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멜로디가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 것을 느낀다.[5]

 

연주가 끝나고 교회를 나오는 사람은 통통하고 나이가 든 사람이었는데, 하루는 그렇게 연주를 듣다 그의 뒤를 밟아 술집까지 따라간다. 싱클레어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의 테이블에 앉아 대화할 기회를 얻는다. 주제는 어쩌다보니 아브락사스였고, 오르가니스트는 아브락사스에 대해 무언가 신중히 여기는 어투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싱클레어는 그의 집까지 찾아가 서재의 난롯가에서 말없는 탐구를 한다. 그의 집을 나올 때, 싱클레어는 그의 이름이 피스토리우스라는 것을 안다.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와 난롯가의 불 앞에 엎드려 타오르는 불을 보며 토론했다. 그와의 대화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없었지만 마치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것처럼 싱클레어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듯한, 점점 더 사고가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3.6. 야곱의 싸움

 

열여덟 살인 싱클레어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만한 사고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에서 모든 것을 치유받는다. 피스토리우스는 데미안과 같은 생각을 피력하며 싱클레어에게 감동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나름대로 개인적인 사고방식으로 종교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종교가 대세와는 많이 벗어나 있으므로, 거기에 대해서 또 다른 시각을 가진 싱클레어와 은근한 마찰을 빚는다.

분명 피스토리우스는 친구이고 말이 통하고 배울 점이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식을 가지게 되고부터는 고리타분한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에게 대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두 사람은 악의는 없더라도 언성을 높였고, 싱클레어는 곧 그 일을 후회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의 말에 수긍해주는 피스토리우스에게서 굴욕을 또 느끼고 만다. 두 사람은 그 뒤에도, 싱클레어가 도시를 떠날 때까지 만남을 가졌지만 그 일에 대한 앙금을 풀진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싱클레어에게 낯선 동급생이 다가온다. 작고 연약한 크나우어는 싱클레어가 무언가 특별한 사람, 강신술이나 접신술을 부리는 사람으로 여기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의 고뇌는 대부분 금욕에 관한 것이었고, 싱클레어는 이렇다 할 해답을 주지 못한다. 크나우어는 대단히 실망한 채 자리를 떠났고, 그 사건이 싱클레어에게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킨다. 그 역시 상상 속의 여인, 자신이 사귀고 싶은 여자 때문에 고민하던 차였기 때문. 그는 그 여인의 그림을 다시 그려 걸어놓고 피스토리우스나 데미안에서 들었던 것 같은 '야곱과 천사의 싸움' 이야기[6]를 생각한다.

 

싱클레어는 그 그림을 태워 없애버린 뒤 잠에 들었다 갑자기 밀려드는 불안에 눈을 뜬다. 무작정 골목으로 나온 그는 배회하다 문득 옛날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빈 집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추위에 몸을 맡겨 자살하려는 크나우어가 있었고, 싱클레어는 그를 끌고 밖으로 나와 말린다. 그 뒤로 크나우어는 싱클레어의 신봉자가 되었고, 그가 가져온 고민은 때때로 싱클레어 본인의 고민을 풀 실마리가 되었다. 그렇게 매달리던 크나우어는 어느샌가부터 떨어져나간다.

 

3.7. 에바 부인

 

마지막 방학 때 싱클레어는 막스 데미안이 살던 집에 갔다. 그 집에는 다른 부인이 살고 있었고, 데미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들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그 부인은 그를 집안에 데리고 가 데미안의 어머니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놀랍게도 그건 싱클레어의 꿈에 나타난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싱클레어는 마음이 벅차올라 그녀를 찾기 위한 여행에 나섰지만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보지 못한다.

지루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던 싱클레어는 가을에 거리를 거닐다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는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는다. 바로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의 동행자가 떠나가자 싱클레어는 그를 부르고, 데미안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있는 표적을 알아보았고 그것이 더욱 선명해졌다며 뿌듯해하고는, 마침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다며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청한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가까운 시일 내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데미안의 집을 찾아간다.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은 그를 반갑게 맞았다. 생각보다 젊고 아름다웠던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를 황홀경에 빠뜨렸고, 두 사람은 매의 그림을 들고 그간에 하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한다. 막스 데미안이 자신을 에바 부인에게 어떻게 소개했는지, 자신이 꾸었던 꿈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꿈이 계속될 수 없어도 현실이란 형태로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까지 싱클레어의 마음을 울린다. 에바 부인과의 이야기가 끝나자 싱클레어는 정원에서 일본인과의 결투를 위해 권투 연습을 하던 데미안을 만난다.

 

어쨌든 그 뒤로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집을 자주 찾아 그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그때마다 에바 부인은 곁에서 경청자의 역할을 한다. 싱클레어는 계속 그녀와 관련되어 있을 것만 같은 꿈을 꾸고, 그녀는 그 꿈 이야기를 이해해 주었다.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의 꿈에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녀를 정신을 이끌어주는 어머니로 생각하면서도 몸이 원하는 사랑의 상대로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을 진작에 간파한 그녀는 어느 쪽으로든 극복하라며 진지하게 조언해 준다. 사랑은 부탁해서도 안 된다. 요구해서도 안 된다. 현재 싱클레어의 사랑은 에바 부인에 의해 끌리고 있지만, 싱클레어가 에바 부인을 끌게 된다면 갈 수 있다. 선물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끌려가고 싶은 것이다.

겨울내 에바 부인의 생각으로 지낸 싱클레어는 봄, 여느 때처럼 데미안의 집을 찾아가 그의 방을 들어갔다. 그런데 데미안은 옛날 차갑고 죽은 듯한 얼굴로 미동도 하지 않던 그 모습을 다시 유지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싱클레어는 에바 부인을 찾아갔지만 그녀도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와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싱클레어는 비 오는 거리를 서성이다 먹구름 속에서 큰 새의 형상을 발견한다. 그 새가 하늘로 날아가자 폭풍우가 내렸다.

 

날이 개자, 싱클레어는 다시 데미안의 집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활기를 되찾은 데미안이 직접 현관에서 싱클레어를 맞았고, 그가 좀 전에 새를 보았는데 그것이 마치 운명의 전조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데미안은 자신이 전날에 꾼 꿈 이야기를 하면서 세계에 드리워진 죽음을 예견한다.

3.8. 종말의 시작

 

여름을 데미안의 집에 살다시피 하며 보낸 싱클레어는 어느 순간부터 언젠가 닥쳐올 에바 부인과의 이별에 고뇌하며 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그 순간,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집에 찾아온다. 독일이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킬 것이고(제1차 세계대전) 데미안 본인은 예비역 소위이기 때문에 영장이 날아오면 곧 전쟁터로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싱클레어에게 보낸 것은 바로 에바 부인이었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그렇게 부르던 에바 부인 본인은 오지 않은 것이다. 곧, 그는 그녀에게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불렀지만 그녀가 응답하지 않은 대신 데미안을 보낸 것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도 곧 징집 명령이 떨어질 거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리고, 싱클레어는 그로 인해 에바 부인에 대한 마음과 자신이 여태까지 데미안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에 대한 정리를 한다.데미안이 먼저 떠나고, 겨울에는 싱클레어가 뒤이어 전쟁에 참전한다. 그는 전쟁터에서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느 봄날 밤, 점령지에서 보초를 서던 싱클레어는 여태까지 살았던 자신의 삶, 에바 부인, 데미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 갑작스런 폭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싱클레어는 여러 곳을 전전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부름을 받아 목적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다 임시 병동의 땅바닥에 깔린 잠자리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막스 데미안이 누워 있었다.

 

데미안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싱클레어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 마주 하고 마지막 말을 한다. "언젠가 다시 나를 찾아도 예전처럼 직접 가 줄 수는 없어. 그때는 너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내가 그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마지막으로 싱클레어에게 불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에바 부인이 보내는 키스라면서, 데미안은 피가 흐르는 싱클레어의 입술에 키스한다.

 

그 순간 잠에 든 싱클레어는 깨어나자마자 데미안이 있던 곳을 찾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 일어난 모든 고통스러운 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저 데미안의 말대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거울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데미안은 사라지고 없지만, 이제 싱클레어가 곧 데미안이며, 자신 스스로 극복할 방법을 찾아나가게 된다.

 

오마주

 

데미안이라는 등장인물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것으로, 가히 신비주의적 미학의 극치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소악마 같으면서도 신처럼 장엄하기까지 한 모호한 그의 모습에 반한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 귀환 - 작품 중간중간마다 소설 데미안의 내용이 인용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등장한다. 등장인물 이해일이 주인공 승호에게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참전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은 빼도 박도 못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오마주.

· 메이플스토리 - 데미안아브락사스데몬의 스토리 초반부에 언급된 동생 데미안이 이 소설과 등장인물 데미안과 이름이 같고, 데몬이 알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이 소설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다.[7] 히어로즈 오브 메이플에서 데미안이 아브락사스를 찾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히오메 이전부터 공식 팬북에서 데미안의 내용을 밑줄긋기로 인용하는 등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모습을 여럿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후 '눈을 감아, 싱클레어'라는 대사를 데미안 업적 중 '눈을 감아, 데미안'으로 패러디했다.

· 신세기 에반게리온 - 나기사 카오루: 데미안을 쏙 빼닮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오멘 - 데미안: 말할 것 없이 이 작품의 데미안의 악마적 면모를 부각시켜 만든 캐릭터다. 참고로 막스 데미안은 성이 데미안이지 이름이 데미안이 아닌데, 오멘에 등장하는 적그리스도는 대미엔 쏜(Damien Thorn)으로 이름이 대미엔이며 철자도 다르다.

· 창세기전 3: 파트 2 - 데미안 폰 프라이오스: 이름도 행적도 막스 데미안의 오마주.

· 피 땀 눈물이 포함된 음반 WINGS의 쇼트필름 7편: 2016년에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곡. 이 소설을 모티브로 사용했다.

· Limbus Company:본작의 등장인물, 싱클레어가 이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

 

4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헤르만 헤세의 영혼의 이야기!

현실에 대결하는 영혼의 발전을 담은 헤르만 헤세의 걸작 『데미안』.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던 작품으로,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고독하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안과 좌절에 사로잡힌 청춘의 내면을 다룬 이 작품은 지금까지 수많은 청년세대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목사인 부친과 선교사의 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회고적이며 서정성이 강한 신낭만주의적 경향의 작가로 출발했으며,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깊이있고 내면적인 사고를 갖게 돼 증오보다 사랑, 전쟁보다 평화가 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 작품에는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삶의 궁극적 의미가 담겨 있다. 낮과 밤, 의식과 무의식, 아폴로와 디오니소스, 지성과 관능, 각성과 도취 등 두 가지의 대립적인 세계 속에서 방황하는 싱클레어와 두 세계 중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고 다만 자기 자신에게 속해 있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린 인간의 고뇌, 고독하게 모색하고 지치도록 갈망하는 청춘의 고뇌를 그려보인다.

 

 

5 헤르만 헤세 소개

 

출생 - 사망
1877.7.2. ~ 1962.8.9.

 

“성장에 대한 관통하는 듯한 대담한 묘사, 전통적인 인도주의의 이상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글”- 1946년 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수여 사유 중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철학, 종교, 정의와 같은 이념들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러한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이 자기 가문의 의무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면에는 어린 시절부터 억누를 수 없는 창조의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 남편과 함께 인도에서 험난한 선교 활동을 했던 헤세의 어머니도 ‘이 4살의 아이는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지력과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휴머니즘을 지향했던 작가 헤르만 헤세. 그의 작품은 성장하는 청춘들의 고뇌, 자연에 대한 동경,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의 조화 등을 통해 인간 해방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광기에 가까운 열정 때문에 헤세는 신학교를 뛰쳐나오고, 자살을 기도하고, 일반 학교에서도 퇴학당하게 된다. 그 때의 상황은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결국, 헤세는 17세 때 칼브의 시계공장 견습공으로 취직한다. 그러나 그러한 방황과 탈선과 절망 속에서도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커져만 갔다.

헤세는 14세 때 '시인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라고 결심하였다. 시계공장 일을 그만둔 헤세는 대학촌의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헤세는 서점의 고된 일과를 잘 견뎌내며 시와 작품을 쓰기도 하였고, ‘작은 문학회’라는 단체의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점차 안정되어 갔다. 그의 첫 시집 ‘낭만의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며 헤세는 비로소 문학가로서의 성공의 길을 시작하게 된다. 작가로서의 이름을 얻게 되자 그는 서점을 그만두고 9살 연상의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여 스위스 접경 지역인 가이엔호펜에 정착하게 된다. 이후 여러 편의 작품이 성공을 거두었고, 헤세는 아들 셋을 둔 아버지가 되었다. 그러다 안정된 생활에 권태를 느낀 헤세는 싱가포르 ,수마트라, 실론 등을 여행하고, 인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유럽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썼다. 그리고 1911년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한다.

헤르만 헤세 기념 주화. 총 4점으로 2점은 금화, 2점은 은화로 전 세계에서 4점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한국의 헤르만 헤세 박물관 외에 없다. 지금도 많은 수집가들이 경매나 개인 소유자로부터 구입을 원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1998년에 5점이 1억 2천 달러에 판매 된 적이 있다.

헤세는 평화주의자였다. 1,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유일한 효용은 바로 사랑은 증오보다, 이해는 분노보다,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더 고귀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뿐이다.’ 그는 조국 독일의 군국주의가 일으킨 제 1차 세계대전 때도, 히틀러의 나치즘이 광분하던 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을 반대하였고, 그래서 조국의 배신자, 매국노라는 언론의 지탄 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저서는 판매금지와 출판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이러한 조국과 국민들의 비난은 헤세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부친이 사망하고, 부인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고, 막내 아들도 병약하여 입원하게 되자 헤세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그 자신도 정신 치료를 받게 되고, 이것은 그의 남은 삶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된다. 헤세는 의학심리학의 대가였던 칼 구스타프 융 을 만났고, 닷새 후에 꿈속에서 바로 그 ‘데미안’의 등장인물들을 만났다고 한다. 헤세가 치료를 통해 정신적인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얻게 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정신 치료를 받으면서 헤세는 나이 마흔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헤세는 스위스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서툰 솜씨로 그리며 문학 창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희열과 평안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어느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즉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종종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발견했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는 중요치 않다. 내게 있어 그것은 문학이 내게 주지 못했던 예술의 위안 속에 새롭게 침잠하는 것이다.”- 펠릭스 브라운(Felix Braun)에게 보내는 편지(1917) 중에서

"펜과 붓으로 작품을 창조해내는 것은 내게 포도주와도 같아서, 그것에 취한 상태가 삶을 그래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프란츠 칼 긴츠카이(Franz Karl Ginzkey)에게 보내는 편지(1920) 중에서

헤세의 그림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없다. 그가 그린 것은 오로지 말없는 산, 강, 풀, 이름없는 들꽃들, 그리고 그가 어린 시절부터 들판에 누워 종일을 바라보았던 구름이었다.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정원사 헤세’ 단 한 작품뿐이다. 헤세는 스스로 화가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의 소박한 그림에는 따뜻함과 휴식이 있다. 헤세는 많은 수채화를 남겼으며, 그의 작품에 직접 삽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또한 친구와 지인들에게 수채화가 그려진 편지와 엽서를 보내기도 했다. 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에는 독일 유학 시절 헤세로부터 수채화 엽서를 받은 이야기가 적혀있다. 헤세의 수채화는 생전에도 엽서로 인쇄되어 상용되었고, 1920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파리, 마드리드, 뉴욕, 샌프란시스코, 동경, 삿포로, 몬트리올, 함부르크 등에서 여러 차례 수채화 전시가 열렸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마흔 이후 한 번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작품 ‘꺾어진 가지’ (헤르만 헤세 박물관 소장)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완성한 시 한 편과 수채화 한 점이다.

헤세의 후기 대표작인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는 히틀러에 의한 광란의 폭풍이 한창이던 암흑시대에 쓰였다. 죄악과 야만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시기에 헤세는 이 작품 안에 평화와 자유의 유토피아를 창조한다. 이 책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인 깊이가 있어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으며, 동서양의 음악, 문학, 철학, 신학을 종합하는 최고의 지적 유희가 펼쳐져 있다. [유리알 유희]는 1943년 스위스에서 발표되었고,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히틀러는 1945년 자살하였다.

85세를 살다간 헤세는 정원을 가꾸고, 토마토를 키우고, 낙엽 태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음악과 미술을 사랑했고, 평화와 자유와 사람을 사랑했다. 2012년 사후 50주기를 맞는 헤르만 헤세는 영원한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남을 것이다.

 

주요작품 설명



꺾어진 가지(Knarren eines geknichkten Astes, 1962)
1962년 8월 2일 헤세가 사망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시화 작품으로 직접 타이핑한 열 줄의 시와 그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너무 긴 생명과 너무 긴 죽음에 지쳐버렸다'고 탄식한 연로한 작가는 본인의 죽음을 암시하듯 꺾어진 가지를 그려 넣었다. 헤세는 8월 9일 뇌출혈로 본타뇰라에서 사망하였다.


정원사 헤세(1932)
헤세의 그림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산과 나무, 꽃과 하늘 등 자연을 주제로 시골의 풍경을 그려온 헤세의 수채화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을 그린 작품으로, 정원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정원사 헤세'. 40세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평생 붓을 손에서 놓지 않은 헤세에게 그림은 현실과의 싸움을 이길 수 있게 하는 마법같은 것 이었다.


싯다르타(Siddhartha, 1922)
1921년 초판으로 헤세의 동양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헤세가 동양의 사상에 심취하여 쓴 위의 작품과 젠(ZEN)이 학자들에게 아직까지 연구 대상이 되어 많은 논문으로 나오고 있다. '인도의 시(時)'라는 부제가 있으며 현재 가격은 1만 8천 달러 정도이다.


데미안(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1919)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은 원래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1919년 발표되었다가 헤세의 문체라는 것이 알려지며 9판부터 헤세의 실명으로 출판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출판된 작품으로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시절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헤세 자신의 혼돈과 방황의 시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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