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인생

토지 - 박경리

반응형

박경리의 토지

 

1. 박경리의 토지를 읽고

 

박경리의 토지에는 사실 기억하기에도 어려운 많은 등장인물이 있으며 그 등장 인물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정말 방대한 이야기이다. 토지를 읽으며 너무나 길어 중간에 몇 번 쉬고 다른 책들을 읽기도 하였다. 토지를 읽고 그 내용 전부에 대해 감상을 적거나 후기를 적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주인공 최서희와 김거복 사이의 내용을 적어보려 한다.

 

최서희의 아버지 최치수는 김거복의 아버지 김평산의 모략에 의해 김평산의 손에 직접 살해를 당하게 된다. 그 모략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최치수에게는 아들이 없다. 즉 최참판 댁은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으로 최치수의 아들이 생긴다면 최참판 댁의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김평산은 이를 노리고 귀녀라는 최참판댁 하녀에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시키고 아들이 태어나면 최치수의 아들이라고 하려는 모략을 꾸민다. 재물 앞에서 참으로 간교한 일을 꾸민 것이다. 귀녀도 하인이라는 신분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치수의 아이라고 우길 아이를 갖기위해 원치않는 칠성과의 잠자리 갖기까지 한다.

최치수가 김평산에게 죽임을 당하였으니 그 관계는 살인자와 피해자의 관계이거늘 김평산의 아들 거복은 자신의 아버지 김평산이 억울한 누명이 씌어져 처형당했다고 여기고 최참판 댁, 최서희를 원수로 여긴다. 참으로 깊은 악연의 두 집안인 것이다.

최서희는 먼 친척인 조준구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나라까지 일본에게 강점 당한 때이라 조준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만주 용정으로 이주하게 되지만 거기에는 거복이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최서희는 다시 거복의 끝임 없는 위협을 당하게 된다.

사람에게서 원한을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최치수는 김평산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았으며 최서희도 거복에게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것을 보면 사람관계가 자신만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러한 것이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사람의 운명이라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꺾이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서희와 같이 말이다.

 

2. 작가와의 대화, 신동아 1981.5

 

 지식인이 무엇을 다 창조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도자기를 만든 사람만 하더라도 지식인이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 문제는 어떤 미적 의식이에요. 이것은 신앙과도 통하는 거예요. 이런 창조적인 면에서 우리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서 조금도 뒤떨어진다 할 수 없어요. 따라서, 우리도 자존심이라 할까, 자기에 대한 존엄성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존엄성이라는 것은 오만과는 달라요. 이것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욕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이에요. 아까 우리의 역사가 치욕스러운 역사가 아니라는 것도 이 존엄성과 관련이 있어요.

, 한 가지 주목할 일로 농부들의 문제가 있어요. 한국의 여건은 외국과 달라서 농()이란 것이 상당히 중시되었어요. 일본도 보면 농이 상()의 다음이고, 러시아 같은 경우 농노의 숫자로 재산을 따졌고 서구에서는 장원 제도하에서 농노가 있었지요. 이들 나라에서는 농부라는 것이 노예에 가까운 신분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달랐어요. 물론 핍박을 받았지요. 가난하여 보리죽을 끓여 먹었지만, 사회적 신분으로 볼 때는 상인 위였거든요. 유교가 농민들에게도 흘러갔던 것입니다. 제사라든지, 의식 구조라든지, 조상 숭배라든지 이 모든 것이 농부들에게 흘러갔는데, 이것은 농부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식시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보면 제일 창피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부모의 기일에 물을 안 떠 놓는 것이었어요. 물론, 형식에 흐른 것은 나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우리나라 농민들은 손님이 오면 옷을 갈아 입고 맞았으며, 제삿날에는 정장을 하였지요. 이러한 예의 범절은 우리 농민에게 미의식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농부에게 이처럼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저는 토지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용이라든지 영팔이 같은 인물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했던 것입니다. 비록 농부지만 범접할 수 없는 자의식, 이런 것을 그네들에게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보리죽을 먹어도 인간으로서 비천한 짓을 못한다는...

 

3. 문학사적 의의

― 김치수, ‘광복50년 한국을 바꾼 100월간중앙 1995년 신년호 별책

 

한 작가가 40대에 쓰기 시작하여 60대 후반에 완성을 보게 된 이 작품은 문자 그대로필생의 역작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작품이다.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5 16권의 대작을 완성한 작가의 집념은 우리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치열한 작가정신의 표현이고, 전권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우리의 독서풍토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으며, 무엇보다도 집필기간이나 작품의 길이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인물유형의 창조와 새로운 긴장의 유지는 우리 소설의 문학적 승리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1973년 봄토지’ 1부를 읽고 문학평론가 김병익은아마도 춘원의무정이후 가장 탁월한 작품 중 하나이며박경리의토지는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라고 평가했거니와,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2008년에도토지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토지야말로 우리 문학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총체소설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토지’는 개인사·가족사·생활사·풍속사·역사·사회사 등을 포괄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민과 중인을 중심으로 양반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사회 모든 계급을 망라한 우리 민족 전체의 삶의 모습이 재구성되어 있으며, 별의별 인물과 성격들을 재현하고 창조함으로써 인간사의 모든 것을 모아들여 거대한 실존적 벽화를 그리고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는 가장 험난한 역사적 흐름을 폭넓게 조망하고 있으며, 그 서사적 공간도 한반도 남단의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해 진주·통영·경성과 만주의 용정·신경·하얼빈 및 일본의 동경 등으로 확대되며, 언어가 창조할 수 있는 삶의 실제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전시함으로써 소설의 거대성을 담보해내고 있다. 따라서토지는 마땅히 최상급으로 존중받아야 할 우리 소설문학 최대의 자산이라는 것이 김병익 평론가의 평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