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의 경제이론에 대한 현대적 고찰
1. 베버의 경제와 사회
『경제와 사회』의 주저작으로서의 위치는 첫째 사후 베버의 방대한 유고를 정리하고 단행본으로 편집하여 출판한 부인 마리에너 베버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마리에너 베버는 이러한 유고 편집과 출판 작업을 하면서 막스 베버의 학문적 이력을 소개한 책 『마리에너 베버(Max Weber. Ein Lebensbild)』(1926)를 출판하면서 『경제와 사회』를 막스 베버의 “일생의 주저작(Hauptwerk des Lebens)”이라고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후 『경제와 사회』는 벤딕스 등 많은 베버 연구자들에 의해 막스 베버의 주 저작으로 받아들여졌다.
둘째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과학계를 주도하였던 미국의 사회적 관심을 잘 반영하였다. 미국 학계에서 베버의 방법론과 세계종교의 경제윤리에 대한 방대한 작업에 대한 학문적 관심 못지않게 훨씬 덜 이념화되고 자유주의적 분위기의 미국사회에서 베버의 사회적 자유주의적 경제사회학적, 정치사회학적 개념은 훨씬 더 선택적 친화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리적 지배, 대의제와 정당, 관료제 등 지배사회학은 거부감없이 정치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아래와 같이) 주요 사회(과)학적 기초개념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경제와 사회』는 사실상 베버의 주저작으로 여겨졌다.
막스 베버의 저서 중에서 ‘경제와 사회’는 경제 용어의 사전으로 이해될 정도로 자세히 설명되어져 있다. 경제 행위란 무엇이며 합리적 경제 행위를 하려면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가 잘 나와있어 우리 경제 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서적이다. 베버라는 인물과 그 시대적 배경 및 내용을 요약하고, 한국의 경제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IMF라는 극심한 몸살을 앓으면서 점점 경제의 전반적인 체제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되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는 못하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적 경제행위를 우리 경제의 합리적 경제성 추구와 연관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 막스 베버는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과 함께 `3대 고전 사회사상가`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근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한 사회학자이다. 막스 베버는 사회학, 정치학, 법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의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한 거장으로 받아들여 진다. 막스 베버는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서 국회의원 아들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대학과 베를린대학 등 독일 각지의 4개 대학에서 철학,역사학, 경제학을 공부하였다.
그의 저서 중에서 사회학적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이해되고 있는 ‘경제와 사회’에 관한 소개글을 보면 ‘경제와 사회’는 체계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분야가 워낙 광범위해서 여러 학문분야로부터 수용의 대상이 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학적 지식의 백과사전적인 창고로 이해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학의 모든 가능한 영역을 망라하는 일반 사회학을 서술하는 것이 이 책을 기획한 베버의 목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목표는 한편으로는 인류의 역사가 노정해 온 상이한 경제의 형식과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문화적 연관의 제도적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지배, 법, 그리고 종교 사이의 구조적 연관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었다. 베버는 특히 근대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근대 자본주의와 여러 가지 사회적 질서 및 힘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근대 사회와 인간의 운명을 성찰해보고자 했다. 더욱이 베버가 살았던 당시에는 경제학과 사회과학이 아직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은 채 전반적으로 동일시되고 있었다. 따라서 ‘경제와 사회’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 사이에 내적 분화를 거듭해 온 사회학의 한 분과인 좁은 의미에서의 '경제사회학'이 취급하는 영역을 훨씬 넘어서 있다.
2. 베버의 경제 이론
1) 경제 행위의 개념
어느 행위가 ‘경제적을 지향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 행위가 그 생각된 의미에 의하면 효용력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지향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겠다. ‘경제 행위’란 처분권의 평화적인 행사로서 그것이 일차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지향되는 것을 뜻하고, ‘합리적인 경제 행위’란 그와 같은 평화적인 처분권의 행사가 목적합리적으로,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경제적으로 지향되는 것을 뜻한다고 하겠다. ‘경제’란 자치적으로 질서지어진 어느 연속적인 경제 행위를 뜻하며, ‘경제적 경영’이란 경영적으로 질서지어진 어느 연속적인 경제 행위를 뜻한다.
2) 효용력의 개념
효용력이란 언제나 어느 한 사람의 경제 행위자나 여러 경제 행위자에 의해 현재 또는 장차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배려의 대상이 된 구체적인 개별적 기회로서, 이러한 기회의 평가된 의의에 경제 행위자의 경제 활동이 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지향된다고 하겠다. 효용력이 경제 행위자 자신의처분 아래 놓여져 있다고 하는 것은 경제 행위자 자신이 그 효용력을 사실상 자유 재량에 따라 제3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기대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효용력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용역이거나 인간이 아닌 담지자에 의한 용역일 수 있다. 언어 관행에 의하면 개별적인 경우에 가능한 물적 효용력을 담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 되었든 ‘재화’를 뜻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인간의 효용력은 그것이 능동적인 행위 속에 존재하는 한에서는 ‘용역’을 뜻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효용력에 대한 현재 또는 미래의 가능한 처분권의 원천으로 평가되는 사회적 관계도 경제적 사전 대비의 대상이다. 관례, 이해 상태 또는 보증된 질서에 의해 경제에 유리하도록 약속된 기회는 ‘경제적 기회’를 뜻한다고 하겠다.
3) 행위의 경제적 지향
경제적인 지향은 전통적으로 또는 목적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과학에 있어서는 그 어떤 ‘경제적인 원시 상태’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를테면 어느 일정한 기술적 수준에 있는, 즉 도구를 가장 적게 갖춘 경제 상태 그 자체를 다루고 분석하는 데 습관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빈약한 도구를 지닌 자연 민족의 잔재를 통해서 추론하기를 동일한 기술적 단계에 있는 과거의 모든 인간 집단이 그와 마찬가지의 경제 행위를 했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단계에서는 순전히 경제적으로 대규모의 집단에서는 강력한 노동 축적의 가능성이 주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소규모의 집단에서는 강력한 개별화의 가능성도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서 어떤 결정이 이루어지는 데 있어서는 자연에 의해 야기된 경제적 상황 이외에 경제 외적인 상황도 아주 다양한 추진력을 제공하였다.
둘째, ‘전쟁’과 ‘이주’는 비록 그 자체가 경제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흔히 모든 시대에, 아주 최근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였다. 식량을 얻기 위한 활동의 여지가 점차 절대적으로 협소해지는 데 대하여 인간 집단은 이해 상태의 구조와 비경제적인 이해 관심의 개입 방식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대응하였다. 전형적인 대응은 물론 수요 충족을 위축시키고 인구의 수를 절대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상대적인 공급 활동의 여지가 점차 협소해지는 데 대해서도 또한 인간 집단은 비록 다양하게 대응하였지만, 첫 번째 경우보다는 더욱 빈번히 경제를 점차 합리화함으로써 대응하였다.
셋째, 노동자 계층의 생활 운영에 오랫동안 심하게 배어 있던 전통주의는 근대 초기에 영리 경제의 합리화가 자본주의적 지휘에 의해 아주 강력하게 증대하는 것으로 저지하지 않았지만, 또한 예컨대 이집트에서 국가 재정의 재정 회계적, 사회주의적인 합리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저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양에서는 그러한 전통주의적인 태도가 적어도 상대적으로라도 극복되면서 비로소 자본주의적으로 합리적인 특별히 근대적인 경제가 더욱 계속해서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4) 합리적 경제 행위의 전형적인 방책
합리적인 경제 행위의 전형적인 방책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베버는 말하고 있다.
첫째, 경제 행위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처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러한 효용력을 현재와 미래에 계획적으로 분배하기
둘째, 처분 가능한 효용력을 그 사용 가능성이 지닌 평가된 의의의 서열에 따라 즉 한계 효용에 따라 여러 사용 가능성에 계획적으로 분배하기
셋째, 그 모든 제조 수단이 경제 행위자 자신의 처분권 아래 놓여 있는 그러한 효용력을 계획적으로 제조하기
넷째, 효용력에 대한 안전한 처분권이나 공동 처분권을 계획적으로 취득하기
5) 경제적 단체의 종류
경제적으로 지행된 단체는 경제와의 관계에 따라 경제 행위적 단체, 경제 단체, 경제 조절적 단체, 질서 단체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경제 행위적 단체 : '국가‘와 자체적인 재정 경제를 갖춘 모든 다른 종류의 단체로 교육 공동체, 교회, 결사체 등을 들 수 있다.
- 경제 단체 : 여러사람의 행위를 포괄하는 모든 경제적인 경영을 하는 통상적인 영리회사(주식회사)를 뿐만이 아니라 소비 결사체, 협동조합, 기업연합 등도 포함된다.
- 경제 조절 단체 : 공유지 협동조합, 수공업자조합, 동업조합 노동조합, 고용주 단체, 기업 연합 등 경제 행위의 내용과 목표 방향을 실질적으로 조절하는 즉,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지휘부를 갖춘 모든 단체를 말한다.
- 질서 단체 : 순수한 질서 단체로는 예컨대 법치 국가가 있는데, 이러한 국가는 개별 가계와 개별적인 경영 단위의 경제 행위를 실질적으로 완전히 자율에 맡기고 자유롭게 협약된 교환 채무의 해결을 분쟁 조정의 의미에서 형식적으로 규제하는 단체를 말한다.
3. 베버의 합리적 경제 행위에 대하여
이 글을 읽어내려가며 느낀 점이 있다면 두 가지이다. 첫째, 베버가 얘기하고 있는 합리적 경제 행위의 지향에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맞지 않는 해석이 있다. 두 번째는 베버가 말하는 합리적 경제 행위에 우리나라의 경제를 연관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중간 부분에 베버는 ‘전쟁’과 ‘이주’를 합리적 경제 행위의 일환으로 말을 하고 있으나 베버가 살았던 시대에는 남의 땅을 넘보고 침략하며 식민지화 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시대적 배경이 있어서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라크 전쟁을 발발시킨 미국을 결코 합리적 경제 행위를 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합리적이란 개념이 시대와 사회가 변함에 따라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베버는 합리적인 경제행위의 1차 조건으로 ‘경제 행위자의 효용력을 현재와 미래에 계획적으로 분배하기’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누구나 경제 행위를 한다. 그 행위가 효용성이 있든 없든 간에 행하여지는 것이다. 효용력을 항상 균등하게 분배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착오를 일으키고 있다. 즉, 현실과 이론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사회, 더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소득이 골고루 분배되는 시대, 사실 이 말은 우리가 앞으로 꿈꾸는 세상일 지도 모른다. 날이 갈수록 소득불균형, 실업자 증대, 청년실업, IMF보다 더한 심한 경제난으로 인하여 한국경제에 대해 회의적이기만 하다.
베버의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근대의 서구 문화만을 설명하고 특징짓는 고정적인 범주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이론적 및 실천적인 가치 기반은 근대 서구의 합리성이었다. 하지만 그가 거듭해서 강조하였다시피 합리주의란 상대적이면서도 역사적인 개념이며, 내부의 수많은 대립적 내용을 안고 있는 개념이다. 모든 문화와 시대는 제각기의 독특하고 고유한 합리성을 지니고 있으며, 합리성과 비합리성이란 가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잠정적인 성격의 것이라는 논리다. 또한 합리화란 삶의 특정한 분야나 방향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여러 종류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사회 문화적인 발전을 담아내는 개념이다.
오늘날 서로 이질적인 사회와 문화가 '근대'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무차별하게 뒤섞여지고 있는 현실을 두고 볼 때, 바로 인간의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삶의 역정을 개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하고 있는 ‘경제와 사회’는 이른바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세계사에 대한 하나의 사회학적 지형학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근대'의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일종의 정신적 도구로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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